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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es of a Lighthouse I/Content

From Mabinogi World W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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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대지기 이야기上 -

A Story of a Lightkeeper Vol. 1


피르보르/만돌린


내가 아스콘의 부름을 받은 건 최근이었다. 카브 항구는 늘 그렇듯 오늘도 붐볐다. 민물과 바다를 오가는 기러기처럼 부리나케 교역하는 사람이 들꽃처럼 흔했다. 끼룩끼룩거리며 맑은 하늘을 배회하는 녀석들은 오리 주둥이 같은 부리를 놀리며 연하고 싱싱한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항구에서 뜯어먹고, 거기에 녀석들이 싸놓은 배설물이 거리 여러 곳에 흔적을 남겼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굳이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부류가 있다면, 교역을 하다가 하늘에서 떨어진 배설물을 맞고 욕지거리를 내뱉는 사람일 것이다.

녀석들의 본능에 충실한 행동이나 고독한 울음소리도, 파도가 부두에 안타깝게 부서지는 소리도, 누군가의 꿈을 싣고 출항하는 배의 활기찬 경적 소리도 흔한 항구의 일상이었다.

다들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누군지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 누가 그들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지 못한다. 그들에게 가족이 있는지, 애인이 있는지 나는 전혀 모른다. 아마 평생 알지 못할 것이다. 내가 그들에게 하나하나 말을 걸고 어쩌다가 인연이 닿아 친해지지 않는 이상.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었음에도, 어떠한 사연도 모르는 것이다. 심지어 아침에 무얼 먹었는지도.


'카브, 꿈과 희망의 무역항'


무기점과 잡화점 맞은 편에 저런 낯간지러운 문장이 페인트로 칠해진 간판이 있는데, 그 바로 옆 다리를 가로지르면 그가 지키는 등대가 나온다. 내가 도착하자 그는 등대 근처 작은 의자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등대지기가 낮에 무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지만, 책임감 강해 보이는 그가 낮에 졸고 있다는 건 딱히 할 일이 없다는 뜻일 것이다. 항구의 하늘처럼 늘 푸른 쪽빛 멜빵바지와 단출한 갈색 구두를 착용하고, 약간 하얗게 센 금발을 깔끔하게 뒤로 넘긴 그는 오늘도 그 자리에 있었다.


"이런, 그새 좀 졸았군."


그는 앞머리를 습관적으로 쓸어올리며 혼잣말을 했다. 곧 고개를 들어 내가 말없이 자신을 보고 있음을 알아차리자, 당황스러운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하하, 늙은이가 낮잠이 많아서 바쁘신 분을 기다리게 했군요. 깨우시지 그랬습니까."

"편히 주무시길래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는 괜히 민망했는지 허허, 너털웃음을 지었다. 날은 좋았고, 나는 딱히 바쁜 처지가 아니라서 급할 게 없었다. 저 멀리 돛을 접은 작은 배가 잔잔한 파도에 뱃머리를 기러기 궁둥이처럼 흔들고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다소 사무적인 투로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금을 포함하면 그와 만난 횟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가 연로하지만 품성이 온화하고 신실한 남자라고는 해도, 딱히 친한 사이가 아니니 별수 없었다. 내가 그를 노인이 아닌 남자라고 칭하는 이유는 나약해 보이지 않는 노인이기 때문이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동굴 속처럼 깊은 갈색 눈동자는 이지적으로 빛났다.


"늙은이가 되면 젊을 때의 추억으로 넋두리하며 살아가곤 하지요. 소중하거나 좋지 않은 여러 기억은 노인이 살아가면서 큰 힘이 됩니다. 비록 좋지 않은 기억이라도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 기억이 미화되었기 때문인지, 젊었을 때보단 많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서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가 한 번 숨을 고르자 낯빛이 굳어갔다. 이내 의자에서 일어나서 귀살쩍은 표정으로 이곳저곳 바장거렸다. 그의 눈동자가 파랑(波浪)에 흔들리는 조각배처럼 불안정했다.


"하지만 제게는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기억이 있습니다. 그것은 추억으로 남을 수가 없어요. 그 악몽은 50년이나 지속되었습니다. 제가 해적에게 붙잡혀 노역꾼으로 살게 되었던 것이. 평범하게 살았던 나날보다 훨씬 많은 세월이 어떻게 추억으로 바뀔까요?"


나는 좀 당황스러웠다. 지금 그가 말하는 것은 그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이었고, 나처럼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쉬이 말할 성질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는 나에게 뭘 기대하는 것일까. 그는 쉬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나보다 까마득하게 나이 많은 남자가 진지하게 개인사를 꺼내는데 잠자코 듣는 것 외에 달리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곳은 정말로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입니다. 강제 노역소에서 철광을 캐고 벌목 따위만을 기계적으로 했습니다. 누군가의 주머니를 채우고자 저 같은 사람들이 많이 희생되었습니다. 50년 동안,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빵 부스러기를 나누어 먹던 사람들은 죄다 죽었습니다. 그들의 시체는 절벽 아래로 아무렇게나 버려져 상어 밥이 되었고, 빈자리는 새로운 사람들이 채워갔습니다. 노역소에서 노역꾼은 그저 부품이나 도구 따위인 것입니다. 부서지면 버리는, 망가지면 버리는."


그는 부들부들 떨었다. 분을 못 이겨 앙다문 입술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눈빛 속엔 우물 밑바닥에서 끌어올린 듯한 오한이 담겨 있었다. 나는 잠자코 있었다. 그를 동정했다. 갈매기들이 저 멀리 다리에 버려진 물고기 시체를 게걸스럽게 뜯어먹고 있었다. 그 물고기는 아마 여행가나 교역꾼이 축복으로 가득 찬 항해를 바라는 의미로 던져놓은 것일지도 모르고, 도둑 고양이가 실수로 놓고 간 먹이일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간에 나는 버려진 물고기가 어떤 의미로 저곳에 있는지 모른다. 단지, 지금 보이는 상황을 이해할 따름이었다. 모든 건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 아니던가?


"그렇군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였다. 그렇군요. 나는 다시 한 번 더 나지막이 말했다. 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치밀어 오른 격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서 경련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 말고 다른 노인들은 가끔 세월이 빛과 같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정신을 차리니 벌써 늙었다더라. 말합니다. 하지만 그건 그네들의 생각일 뿐입니다. 노역소에서 하루하루 늘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저의 시간은 달팽이 뒤꽁무니보다 더디게 흘렀습니다. 아―. 무언가 특별한 소식이 있다면 노역꾼 중 누군가가 자살했는데 언제 죽었다더라, 무슨 사연이 있더라 정도일까요? 일주일에 한 번씩 들어오는 그저 그런 비극이라서 이것도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겠군요."


그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임산부가 아이를 낳을 때처럼 크게 호흡을 내쉬었다. 그래도 간헐적으로 떨리는 손끝은 여전했다. 나는 가만히 있었다.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허락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강한 무언가가 날 묶고 있었다. 실제론 당장에라도 발걸음을 뗄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한때 물고기였던 잔해를 다 해치운 갈매기가 푸드덕거리며 하늘로 솟았다. 특유의 울음소리를 땅에 흘리며, 돛처럼 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수평선 끝자락으로 나아갔다. 그가 노역소에서 보낸 잃어버린 50년처럼 길고 긴, 넓디넓은 바다를 향해서.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해적에겐 어떻게 잡힌 겁니까?"


그가 다소 진정된 듯싶어서 내가 물었다. 그러자 그는 누군가의 이름을 계속 되새김질했다. 아란즈, 아란즈. 어감상 여성의 이름 같다 싶었다.


"하하, 제가 경망스럽게 두서없는 소리만 늘어놓았군요. 제가 당신을 부른 건 하소연하고자가 아니었지요. 저는 해적에게 잡혔던 날, 제 여동생 아란즈와 등대 근처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그날따라 부모님은 제게 동생을 맡겼습니다. 슬슬 오빠 노릇을 시킬 요량이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저물녘까지 등대에서 놀았습니다. 사랑스러운 동생과 널찍하고 놀기 좋은 이 등대 주변에서 말입니다. 그러던 중 해적 두 명이 나타났고, 제가 시간을 벌어 동생은 간신히 도망쳤습니다. 제가, 그 후로 50년이 지나 이곳에 돌아오니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동생은 행방불명이더군요.

그래서 염치 불고하고 부탁드립니다. 동생을, 동생을 찾아주실 수는 없나요? 적어도 행방만이라도 부탁합니다. 저 대신 등대를 지켜줄 사람을 구하기는 쉽지 않고, 게다가 이미 늙었기에 발품 팔며 돌아다니기엔 역부족이다 싶습니다."


나는 그를 보았다. 그도 나를 마주 보았다. 바람결에 그의 희끗희끗한 머리가 잘 다듬어진 잔디처럼 흔들렸다. 그는 말없이, 넌지시 나에게 강요하고 있었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다만, 어째서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인가 싶었다. 남에게 매번 쉬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러니 나 말고 다른 누군가에게 말했다고 해도 많은 수는 아닐 것이다.


"다시 여쭙겠습니다. 어째서 친근한 관계도 아닌 제게 그런 부탁을 하시는 건가요?"

"50년이 흐르고, 돌아오니 도움 줄 사람들은 이미 죽거나……어디론가 흩어져버렸더군요. 카브 토박이 중에 제가 해적에게 잡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제 사정이 조금 부담스러운가 봅니다."


나는 그를 저버릴 수 없었다. 단순한 동정심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는 저번에 내게 잔심부름을 몇 번 시킨 적이 있는데, 그때 나를 믿음직하게 여긴 것 같았다. 사실 그 정도의 잔심부름은 내가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고, 그러니 나를 믿음직하게 여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가 50년이나 감옥 같은 노역소에서 사람을 그리워하고, 도움을 간절히 원했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가능했다. 자유로운 몸이 된 뒤에도 그 뿌리 깊은 갈증은 계속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못 들은 척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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